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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고도 정치행위는 헌법재판소 심판대상 아니다 :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 - 뉴데일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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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고도 정치행위는 헌법재판소 심판대상 아니다 :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 - 뉴데일리

everyday-coin 2025. 2. 23.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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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고도 정치행위는 헌법재판소 심판대상 아니다

《계엄선포(대통령) 및 계엄해제요구(국회)와 같은 고도의 정치행위, 원칙적으로 헌법재판소 심판대상 아니다》

이번 대통령(윤석열) 탄핵심판은 과거 2004년의 대통령(노무현) 탄핵심판과 2017년의 대통령(박근혜) 탄핵심판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 

1. 우리 헌법에서 대통령이 갖는 헌법적 지위와 권한 

대한민국의 정부형태는 대통령제(大統領制)이다.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는다는 점에서 독일이나 영국의 의원내각제(議員內閣制)와 다르다. 

의원내각제에서 행정부는 의회의 다수에 의해 존립하지만, 대통령제에서 대통령(행정부)은 의회와 무관하게 존립한다. 즉,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이 갖는 민주적 정당성(국민적 신임)은 국회가 갖는 민주적 정당성과 별도로 성립되고 존재한다. 따라서 국회는 대통령이 갖는 국민적 신임을 강제로 내어놓으라고 요구할 권한이 없으며, 대통령은 그에 따라야 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 이 헌법원리는 헌법재판소 구성 및 법률의 성립에 있어서 적용되는 중요한 법리이다.

 

그리고 우리 헌법은 대통령에게 두 가지 지위를 주고 있다. 하나는 국가의 최고 통치권자로서 국가원수(國家元首)의 지위이고, 다른 하나는 행정권의 총책임자로서 행정부 수반의 지위이다. 

헌법은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元首)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제66조 제1항)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首班)으로 하는 정부(政府)에 속한다.”(제66조 제4항)라고 규정한다. 그리하여 각 지위의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을 별도로 주고 있다. 

국가원수의 지위는 대외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국민의 통일성을 대표하는 기능이다. 그래서 헌법은 그 책임을 이렇게 규정한다: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제66조 제2항). 

여기서《헌법의 수호》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즉 우리 헌법의 근본적인 가치결정(‘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을 내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통령은《'헌법수호자’로서의 책무》를 함께 진다. 그리고 이 국가원수의 책임에 상응하는 대통령의 권한에는 ☆외교권(조약비준권) ☆전쟁권(선전포고와 강화) ☆국군통수권 ☆비상대권(긴급명령권과 계엄선포권) ☆사면권 ☆ 훈장수여권이 있다. 

물론 대통령의 이 권한에는 한계와 제한이 있다. 헌법이 권한의 요건을 정하는 경우도 있고, 요건이 없는 경우도 있다. 

대통령의 전쟁권(선전포고와 강화)에는 요건이 전혀 없다. 다만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계엄선포에 대해서는 요건을 정하면서, 국회가 (사후적으로) 해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국가원수의 지위에서 행사하는《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갖는 권한의 행사》에 대해서 그 통제의 책임과 권한은 기본적으로《국회》에 주어져 있다. 

2. 계엄선포(대통령) 및 계엄해제요구(국회)와 같은 고도의 정치행위는 원칙적으로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이 아니다. 이처럼 우리 헌법은 국민의 통일성을 대표하는 국가원수의 지위에 있는 대통령에게《계엄선포권》을 주면서, 국회에게는 사후적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통제권》을 주었다. 이것이 바로 계엄과 관련해서 우리 헌법이 채택한 대통령과 국회 사이 《권력의 균형과 견제》의 모습이다. 대통령의 계엄선포와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는《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지닌 국가적 행위들》이다. 여기에 사법부(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사후적으로 개입해서 그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헌법적으로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권력 균형을 깨뜨리는 행위이다. 바로 여기에《사법권(司法權)의 헌법적 한계》가 있다. 독일의 헌법이론과 실무에서는 이들 정치행위를《통치행위(Hoheitsakt)》라고 부르고, 미국에서는《정치문제(political question)》라고 부른다. 《고도의 정치행위》개념은 행정권의 행사나 입법 행위와는 엄연히 구별되는 헌법상의 중요 개념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국가비상사태의 선포나 계엄의 선포이다. 그리하여 이 통치행위 혹은 정치문제에 대해서는 사법부(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개입해서 그 잘잘못을 따질 수 없다는 것이 독일이든 미국이든 공통된 법리이다. 물론 양국의 이 법리에 미세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중대할 때》에는 사법부의 개입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를 참조해서 우리 헌법재판소도 1996년에, 대통령(김영삼)이 발한《금융실명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에 대해《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가 심사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93헌마186; 결론은 9인 합헌)당시 헌법재판소는《긴급재정경제명령》이 법률의 효력을 갖는 입법작용이라는 점을 함께 그 논거로 삼았다. 그러니까 헌법재판소는《고도의 정치적 성격》이라고 보는 데에 인색했던 것이다. 대신 본안에서 헌법재판소는 아주 느슨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 9인 전원일치로 대통령의 행위를 합헌으로 결정하였다.  그렇지만 여기서 분명한 점은, 독일이나 미국의 통치행위 혹은 정치문제의 핵심적인 법리는《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가진 국가적 행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사법부가 심사할 수 없다》라는 것이다. 2004년에 우리 헌법재판소도, 위의《긴급재정경제명령 사건》(93헌마186)과는 달리, 《대통령(노무현)이 국군을 이라크에 파병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심사할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2003헌마814). “외교 및 국방에 관련된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사안에 대한 정치기관의 결정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라는 법리를 분명히 선언하였다. 또 우리 대법원도 2004년에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는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행위이고 그 당부를 심판하는 것은 사법권의 내재적·본질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2003도7878). 한편, 미국 연방대법원은 작년(2004년) 7월에 6 대 3의 의견으로《대통령의 직무행위(official acts)를 형사 기소하는 것에 대해 면책특권을 인정하는 판결(Trump v. United States)》을 내렸다. 이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부정하고 번복하려는 여러 시도를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내려진 것이다. 당시 트럼프의 열렬 지지자들이 물리력을 사용해서 연방의회 의사당을 진입하는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 시위자와 경찰관 5명이 사망했으며, 140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한 당시 연방의회는 대선 결과를 인증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폭동으로 인해 회의가 긴급 중단되고 의원들이 대피를 해야 했다. 이후 트럼프는《내란 선동(incitement of insurrection)》 혐의로 하원에서 탄핵소추되었다. 그러나 상원에서 유죄가 부결되어 최종적으로 탄핵되지 않았다. 미국 230년의 역사에서 대통령이 탄핵되어 파면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에서 트럼프는 같은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 진행 중에 대통령의 면책특권을 주장하면서 기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신청했고, 작년 7월에 연방대법원은 6대 3의 의견으로 대통령의 직무행위(official acts)를 형사 기소하는 것에 대해 면책특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연방대법원은 세 가지 개념을 구분하면서, 다음과 같은 법리를 전개하였다.  

첫째, 대통령의 종국적이고 배타적인 헌법상의 권한 행사(his conclusive and preclusive constitutional authority)는 '절대적 면책'(absolute immunity)이다. 

둘째, 그밖에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된 모든 행위(all his official acts)는 '추정적 면책'(presumptive immunity)이다. 그러니까 대통령의 행위를 다투는 측이 이 추정을 깨뜨려야 한다. 

셋째,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 없는 비직무적 행위(unofficial acts)는 면책되지 않는다. 

미연방대법원은 왜 대통령이 면책되어야 하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대통령의 직무행위를 이유로 대통령을 형사 기소한다면, 단순히 그가 가진 증거를 찾는 이익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부의 권한과 기능을 침해할 위험이 훨씬 더 크다. 만약 대통령이 잠재적 기소의 위험 아래에서 자신의 직무수행을 두려움 없이 공정하게 행사하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면, 그것은 ‘효과적인 정부 기능에 특별한 위험’을 야기하는 것이다.” 

 

3. 헌법재판소는 통치행위 혹은 정치문제의 법리를 진지하게 변론에서 다루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윤석열) 탄핵심판에서 위 통치행위 혹은 정치문제의 법리를 변론에서 진지하게 다루어야 한다. (아쉽게도 헌법재판소는 10차례의 변론에서 사실인정을 위한 증거조사에 너무 많은 시간을 썼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의 계엄선포에 대한 통제권을 국회에 주고 있다. 대통령이 계엄선포를 12월 3일(화) 밤 10시 29분에 했고, 국회가 긴급 소집되어 2시간 33분만에 계엄해제 요구를 의결했으며,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거쳐 4일(수) 오전 5시 40분에 계엄해제를 공고했다. 선포하고 해제까지 7시간 11분이었다. 

계엄군이 출동했지만, 국회의 의결을 방해하지 않았으며, 국회의원이나 국회공무원 또는 시민을 체포한 일이 없고 계엄시행 과정에서 다친 사람이 아무도 없다. 국민의 기본권 침해라고 할 만한 어떤 것도 없었다. 그리고 국회의 통제권이 적절하게 그리고 완전하게 행사되었다. 

그렇다면 대통령과 국회가 주고받은《고도의 정치행위》에 대해 사법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위에서 살핀, 외국의 헌법이론과 실무에 비추어 보거나, 우리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의 명확한 판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안은 통치행위의 법리 혹은 정치문제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하는 사안임이 분명하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작년 7월에 선고한 판결까지 참조한다면, 대통령(윤석열)의 계엄선포는 우리 헌법이 대통령에게 종국적이고 배타적으로 부여하고 있는 권한의 행사(his conclusive and preclusive constitutional authority)에 해당하고 따라서《절대적 면책(absolute immunity)》의 대상이다

대통령(윤석열)이 자신의 배타적인 고유권한을 행사했고, 그에 대해 국회가 온전히 통제권을 행사했다면, 그러한 고도의 정치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사후적으로 그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사법권의 한계를 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더구나 헌법재판소가 갖는 민주적 정당성(국민적 신임)은 대통령과 국회의 그것에 비해 현저히 취약하다.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은, 그것도 취약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헌법재판소가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을 파면하려고 할 때에는, 국가에 대한 반역행위나 뇌물수수와 같이 직무와 관련 없는 대통령의 중범죄 행위나 비행(非行)에 한정되어야 한다. 

또한 대통령이 행한 권한의 행사가 단순히 ‘헌법에 위반된다(위헌)’ 라는 이유로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도 법리적으로 성립될 수 없다. 

국회나 대통령의 입법행위나 행정행위가 위헌이라고 해서, 그리고 그 위헌성이 중대하다고 해서 그 행위를 한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처벌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어떤 국가행위(법률이나 재판)를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확인했을 때, 그 헌법적 의미는 그 행위의 효력을 배제하는 것, 즉 더 이상 구속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지, 그 행위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36년 동안 헌법재판소는 1,206건의 법률조항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헌법재판소 사건통계 누계표). 만일 위헌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해야 한다면, 위헌적 법률을 제정한 국회의원도 처벌해야 할 것이다. 

심지어 국회는 위헌성이 있는 법률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재판소의 명령도 가끔 이행하지 않는다. 

만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과 국회가 주고받은 고도의 정치행위를 사후적으로 심판한다면, 향후 헌법과 국민이 대통령에게 주고 있는 외교권(조약비준권), 전쟁권(선전포고와 강화), 국군통수권, 비상대권(긴급명령권과 계엄선포권)을 대통령이 행사함에 있어서 심각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고, 그것은 자칫 위기상황에서 국가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   

이처럼《고도의 정치행위》가 문제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통령(윤석열) 탄핵심판은 과거 2004년의 대통령(노무현) 탄핵심판과 2017년의 대통령(박근혜) 탄핵심판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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